애니랑데부 : 돌아보다 

올해 <애니 랑데부> 섹션은 인디포럼영화제가 선보인 실험적 독립 애니메이션들로 구성됐다. <마리 이야기>(2002), <카이:겨울 호수의 전설>(2016) 등을 통해 한국 애니메이션을 대표하는 감독으로 자리 잡은 이성강은 대학시절 민중미술단체에서 독립애니메이션을 시작했다. <넋>(1995), <두 개의 방>(1995)은 윤회와 분열을 주제화 한 초기 모노톤 애니메이션이다. 단순한 화면 속에 언뜻 비치는 판타스마고리적 시각체험을 놓치지 말자. 초기 대표작 <덤불 속의 재>는 우연히 UFO를 목격한 남자가 기이한 환각 속에서 경험하는 자기분열의 과정을 따라간다. 나른한 주체의 건조한 내레이션과 탁월한 균형감각으로 이별에 처한 여성의 정서를 선보인 박지연의 <도시에서 그녀가 피할 수 없는 것들>(2008)과 <낙타들>(2010)도 소개된다. 욕망이 넘치는 도시에서 점차 메말라가는 여성은 다른 우주를 꿈꾼다. 그로테스크한 파격으로 관객을 경악시켰던 연상호의 초기작 <지옥: 두 개의 삶>은 1인 제작 시스템으로 만들어진 로토스코핑 애니메이션이다. 작품은 잔혹한 천사의 예언을 통해 삶이 악무한의 절망에 빠진 자들의 최후의 순간을 따라간다. 지옥을 피해 지옥 같은 삶을 살거나 혹은 구원을 피해 영원한 고통으로 빠져들거나 인간의 선택은 언제나 부조리하다. 본래 ‘자가당착’이라는 제목으로 선보였던 비타협영화집단 곡사(김곡, 김선)의 <철의 여인>(2008)은 외설성으로 벌거벗을 권력의 속성을 돌파해낸다. 이지 바르타의 <버림받은 자들의 밀실>(1989)의 음험한 기운이 느껴지는 이 작품은 한국의 현실을 기괴한 우화로 그려낸 실험영화로 스톱모션애니메이션이 활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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