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프론트 1 : 애니메이티드 다큐멘터리 

앙드레 바쟁은 카메라의 자동적인 창조과정이 이미지에 객관성과 신뢰성을 부여하고 시간을 방부처리한다며 영화의 사진적 존재론을 이야기했다. 이러한 주장은 필름에 담긴 이미지가 사물이 기록된 흔적이며, 그 이미지가 실존적으로 사물에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에서 기인한다. 때문에 카메라를 통해 창출된 이미지는 지표성을 지닌다. 반면 애니메이션은 실사 이미지와 다르게 카메라 앞에 실재했던 대상의 기록이 아닌, 애니메이터가 개입하여 만들어낸 이미지로 구성된 환영이다. 때문에 애니메이션은 지표성을 지니는 대신 도상성 혹은 상징성을 지닌다. 하지만 디지털 카메라를 통해 창조된 이미지는 실제 사물과의 물리적 연결이 없기에 그것의 증언적, 지표적 가치는 하락한다. 때문에 디지털 이미지가 보편화된 상황에서, 디지털 이미지로 제작된 실사 이미지와 애니메이션 이미지는 모두 가상의 기호라는 점에서 그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이러한 포스트 시네마의 상황에서 애니메이티드 다큐멘터리는 지표성이 강하게 부각되는 다큐멘터리라는 장르와 지표성을 전혀 가지지 못한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 사이의 실험적인 결합으로 규정할 수 있다. 전통적인 다큐멘터리는 실제 대상, 사건, 인물 앞에 카메라가 있었음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애니메이티드 다큐멘터리는 그렇지 않다. 기존의 다큐멘터리가 카메라 앞의 가시적인 대상을 기록하는 역할을 수행했다면, 애니메이티드 다큐멘터리는 내면이나 과거의 경험 등 비가시적인 것들의 재현에 목적을 둔다. “애니프론트: 애니메이티드 다큐멘터리” 섹션은 최근 국내에서 제작된 애니메이트 다큐멘터리들을 모아 상영한다. 이번 기획전에 포함된 작품들은 국내 여러 영화제를 통해 개별적으로 소개된 바 있지만, 유사한 성격을 지닌 작품들끼리 모여 상영된 적은 없다.

애니프론트 2 : 경계 위의 애니메이션

 애니메이션(Animation)이라는 용어는 ‘살아있는’이라는 의미의 라틴어 Anima에서 유래한다. 이는 애니메이션이 본래 움직이지 않는 것을 움직이게 만드는 매체라는 의미를 내포한다. 무빙-이미지에 대한 최초의 사례들 중엔 마레와 머이브릿지의 연속사진처럼 실제 물체의 움직임을 기록하려는 시도와 함께 페나키스티스코프(Phenakistiscope), 조이트로프(Zoetrope), 플립북(Flipbook), 무토스코프(Mutoscope) 등 움직이지 않는 그림을 연속적으로 보게 하여 움직임의 환영을 만들어내는 장치들이 등장했다. 애니메이션의 역사는 무빙-이미지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 또한 이러한 장치들이 담아낸 그림들은 실재하지 않는 것들이다. 가령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에 전시된 조이트로프 속 말 그림은 실제 존재하는 말을 재현한 것이지 그것을 직접 기록한 것이 아니다. 이를 통해 애니메이션의 본질적인 속성 두 가지를 도출할 수 있다. 첫째, 애니메이션은 움직이지 않는 대상에 대한 움직임의 환영이다. 둘째, 애니메이션은 존재하지 않는 대상을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게끔 한다. 애니메이션의 속성을 이렇게 정의한다면, 애니메이션의 범위에 속하는 대상은 한없이 넓어진다. 슈퍼히어로나 판타지 영화에 등장하는 각종 CGI 캐릭터들부터 과거의 괴기영화나 모험영화 속 스톱모션 괴물들도 애니메이션의 일종으로 파악할 수 있다. “애니프론트: 경계 위의 애니메이션” 섹션은 앞서 정의한 애니메이션의 두 가지 본질적 속성을 토대로, 애니메이션의 범주를 확장하고 그 경계에 위치한 작품들을 탐색하려 한다. 본 섹션에서 상영될 여섯 작품을 거칠게 분류하자면 움직이지 않는 대상을 움직이게 한 작품들과 실재하지 않는 대상을 실재하게 하는 것으로 나눌 수 있다. 

애니프론트 3 : 노영미 감독

노영미는 세계의 주도적 원리라고 일컬어지며 굳건히 자리 잡은 힘에 반문을 던진다. 질문하기에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그 힘의 원리에 맞서고, 실상 그 힘이 얼마나 허망하며 쉬이 허물어질 수 있는지를 기어코 증명해낸다. 통상, 상식, 공통 감각이라고 부르고 퉁 치는 것, 노영미의 질문은 거기서부터 시작한다. 문제는 통상과 상식이 이야기의 형태와 만날 때다. 우리의 사고와 감각은 이미 기획된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정해진 수순을 향해 나아간다. 정해진 틀을 벗어나지 않는 전개와 그 귀결은 얼마나 안온한가. 노영미는 그 안전한 길이 이상하지 않으냐고, 그 길이 어떤 길인지 아느냐고, 다른 길이 있지 않겠느냐고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다. 질문이 시작된 그곳을 들고 파보자. 통상, 상식, 공통 감각과 이야기의 형태가 만나는 경우라면 격언, 속담, 설화, 우화도 해당될 것이다. 아주 먼 옛날부터 이어져 내려와 자리 잡은 서사의 원형, 그 ‘원래의 것’을 해체하고 비틀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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